2025.10.12 풍성한칼럼
사진: Unsplash의Jon Tyson

나는 행위로 증명합니까? 십자가로 증명됩니까?

1. 들어가는 말: 예수님을 향한 두 가지 오해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을 보고 두 가지 오해를 흔히 합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을 “급진적이다” 혹은 “좌파 같다”고 평가하는 오해입니다.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과 행동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의 율법 이해를 뒤집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주석서들조차 예수님을 ‘급진적이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물론 당시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은 급진적으로 보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예수님이 모든 것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구약을 제대로 해석하시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행동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파도 좌파도 아닌, 오직 말씀을 중심으로 행동하신 분이셨습니다. 우리 역시 그래야 합니다.

두 번째 오해는 예수님이 “율법을 없애시고 새로운 말씀을 주신다”는 주장입니다. 이것 역시 복음서를 오해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폐하러 오신 것이 아닙니다. 유대인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던 구약을 올바르게 해석하시고, 오해를 바로잡아 올바른 행동을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물론 구약의 의식법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심으로 성취되었지만, 우리는 그 의식법의 본래 의미를 깨달아 오늘 우리 삶에 적용하며 지내야 합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만을 위한 시민법 역시, 원래의 의미를 잘 이해하여 오늘날 우리 삶에 적용하면 됩니다.

오늘 본문은 이처럼 우리가 예수님을 보며 오해할 수 있는 율법과 행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2. 예루살렘에서 온 추궁: 손 씻기의 본질

마태복음 14장에서 세례 요한이 순교한 후, 예수님은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하셨습니다. 오병이어 기적을 통해 남자만 오천 명, 아이와 여자를 포함해 최소 15,000명을 먹이셨고, 말씀을 가르치시며 수많은 병자를 고치셨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의 옷에 손만 대도 낫는 기적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예수님의 사역이 너무 커지자, 이를 문제 삼는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1절을 보면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루살렘에서부터 예수님께 왔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의 기적과 가르침을 조사했고,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과 제자들이 음식을 먹을 때 손을 씻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손을 씻는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살려냈다고 평가받는 것이 비누입니다. 비누는 전염병을 막고 인류의 평균 수명을 연장시켰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위생상의 이유로 손 씻기를 확인하려 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3. 구별됨의 증명: 정결법과 정체성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택하시고 그들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이 관계 속에서 주어진 규칙이 바로 율법입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원하신 것은 세상으로부터의 구별됨, 곧 거룩함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한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안식일
2. 할례
3. 정결법과 음식법(코셔)
4. 절기와 성전 중심의 제사

이 모든 행위는 유대인들에게 ‘나는 하나님의 백성이다’라는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따라서 안식일을 지키지 않거나 정결법을 어긴다는 것은 스스로 ‘나는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니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에게, 유대인이라는 예수라는 랍비가 밥 먹기 전에 손을 씻는지 안 씻는지가 그분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2절에서 예수님께 질문합니다.

2 당신의 제자들이 어찌하여 장로들의 전통을 범하나이까 떡 먹을 때에 손을 씻지 아니하나이다

4. 전통이 아닌 말씀: 고르반의 모순

우리가 이 질문을 보고 ‘예수님이 손 씻는 율법을 어기셨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구약에서 손을 씻어야 하는 경우는 제사장이 제사드릴 때와 일반인이 부정함이 있을 때 등 특정한 순간에만 적용되었습니다.

2절에서 바리새인들은 이 행위가 율법이 아니라 장로들의 전통이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장로들의 전통이란, 성경에 없지만 말씀을 잘 지키기 위해 만든 보조적인 규칙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성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일주일에 성경 3장 읽기’를 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성경 3장 안 읽은 분은 예배에 오지 마십시오”라고 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성경을 읽는 것보다 주일 예배에 와서 은혜를 받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유대인들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싶어서 ‘밥 먹기 전에 손을 꼭 씻자’는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이 잘난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하나님 말씀을 어기고 있구나”라고 지적하십니다.

예수님이 예로 드신 것은 고르반이었습니다. 고르반은 자신의 재산을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선언하는 장로의 전통입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재산에 ‘고르반’이라고 선언해 놓고, 정작 부모님을 공경하는 일에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재산은 이미 하나님께 드려진 것이기 때문이라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부모 공경은 성경에 있는 십계명입니다. 반면 고르반은 사람의 전통일 뿐입니다. 그들은 사람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는 모순을 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5. 의식법을 주신 이유: 은혜의 깨달음

예수님은 손 씻기 논쟁에서 갑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고 먹는 것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마 15:11). 이는 레위기 11장의 음식법(정결한 동물을 먹고 부정한 동물은 먹지 않는 것)까지도 건드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안식일, 할례, 음식법, 정결법 등을 지켜야 했던 이유는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행위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구원은 행위에 있지 않고 오직 은혜로만 가능합니다.

이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제 자녀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핸드폰 사용 시간을 줄여라, 자기 전에 성경을 읽으라”고 말했을 때, 아이들이 그 말을 잘 따른다고 해서 제 아들이 되고 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제 아들이고 딸이기 때문에 제 말을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의식법을 행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은혜를 알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이 그런 행위들을 할 때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6. 오직 십자가의 은혜만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다시 한번 말씀하십니다.

18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20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느니라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평생 음식을 가려 먹고 죄를 지을 때마다 제사를 드리러 가는 행위는 그들에게 ‘나는 이렇게 연약하고 악한 죄인이며, 늘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라 자신들의 행위로 하나님의 백성임을 증명하려고 했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그들에게 대답하십니다. “얘들아, 사람은 행위로 마음이 바뀌지 않아.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은 그 마음에서 나오는 죄악이야.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죄로 말미암아 타락했기 때문에 너희 마음에서는 선한 것이 나올 수 없어. 오직 죄 밖에 나오지 않아.”

“그러나 얘들아, 그런 너희 마음의 죄악을 위해서 내가 죽었다. 너희가 나를 믿으면 너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어. 이것은 너희의 행위가 아니라 오직 나의 은혜로만 가능해.”


7. 우리는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구원받았습니다. 이것이 목사라는 직분으로 증명됩니까? 아닙니다. 교회 10년 출석으로 증명됩니까? 아닙니다. 헌금을 많이 하고 예배를 1,000번 드리고 봉사를 많이 하면 하나님의 자녀임이 증명됩니까? 전혀 증명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행위로 증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자녀요,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내 마음에서 무엇이 나오느냐?”입니다. 우리 마음에서 죄악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는 행위가 아니라 오직 주님의 은혜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매 순간 이렇게 고백하며 주님 앞으로 나아갈 때, 주님은 우리에게 새 마음을 주시고 기쁨과 평안을 주십니다. 그러면 우리는 감사함으로 예배의 자리에 더 나오고, 기쁨으로 말씀을 가까이하며 봉사에 힘쓰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날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기대하며 그 앞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행위가 아니라 십자가로 증명되는 삶을 살게 됩니다.


8. 올바른 선택과 적용

놀랍게도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화를 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했기 때문에 화를 냈던 것입니다. 그들의 행위 중심의 삶이 틀렸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말씀을 듣고 깨달았다면, 더 중요한 것은 깨달은 대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한 주간의 적용:

1. 나의 고르반 깨기: 내가 세운 규칙이나 자존심, 핑계 때문에 용서, 사랑, 섬김 등 성경의 중요한 명령을 어기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나의 ‘고르반’을 깨고 말씀에 순종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합니다.
2. 악한 마음 고백하기: 우리 마음에서 악한 생각이나 나쁜 말이 나왔을 때, 그 말 자체가 아니라 말을 낳은 마음속의 악함을 하나님께 즉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며 기도합니다.
3. 은혜 구하기: 아침마다 혹은 일을 시작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하나님, 오늘 은혜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일에 은혜를 주시옵소서’라고 고백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의지하여 하루를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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