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27 칼럼
사진: Unsplash의Ben den Engelsen

제목 : 울다가 추격해서 되찾아오다

사무엘상 29장에서 다윗은 블레셋과의 동맹 때문에 이스라엘과 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나님의 극적인 도우심으로 이 전투를 피하게 되었을 때, 다윗은 비로소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신이 머물던 시글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시글락에 도착했을 때 다윗과 그의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충격적인 참상이었습니다. 아말렉 족속이 시글락을 습격하여 성읍을 불태우고 모든 사람, 아내와 자녀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을 사로잡아 간 후였습니다. 다윗과 그의 일행은 불타버린 성읍 앞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들은 너무나 큰 슬픔과 상실감에 목 놓아 울었고, 울음이 지칠 때까지 계속 울었습니다.

이때 다윗의 부하들은 자신들의 아내와 자녀를 잃은 상실감과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이 모든 일의 책임이 다윗에게 있다고 여기며 그를 향해 돌을 던지려 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텐데, 믿었던 부하들마저 자신을 죽이려 드는 상황에서 다윗은 극한의 고독과 절망을 느꼈을 것입니다.

사무엘상 28장에서 사울 왕도 비슷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어리석게도 신접한 여인을 찾아가는 비참한 선택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인생의 가장 큰 위기 앞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합니다. 깊은 슬픔과 분노, 배신감에 쓰러질 법도 했지만, 다윗은 자신을 추스르고 오직 하나님께로 나아갔습니다. 그는 “여호와 안에서 힘을 얻고” (사무엘상 30:6), 에봇을 가져와 하나님의 뜻을 물었습니다.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구원하실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임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과 막막함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입니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도움이시며 유일한 구원자이심을 믿고, 그분께 더 가까이 나아가야 합니다. 이 말씀을 붙들고 가장 어두운 때일수록 더욱 주님을 의지하며 바라보는 저와 여러분 되기를 축복합니다.

다윗은 에봇을 통해 하나님께 “제가 이 군대를 추격하면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여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쫓아가라, 네가 반드시 따라잡고 도로 찾으리라”고 응답하셨습니다. 이 응답을 믿고 다윗은 600명의 부하를 이끌고 아말렉을 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멀리 떠난 대적을 쫓는 무모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순종했습니다.

브솔 시내에 이르렀을 때, 600명 중 200명은 너무 지쳐 더 이상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다윗과 모두가 지친 상황이었지만, 특히 이 200명은 체력이 한계에 달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그곳에 남아 물건을 지키기로 했고, 다윗은 나머지 400명과 함께 시내를 건너 추격을 계속했습니다.

바로 그때, 브솔 시내를 건넌 다윗 일행은 병들고 굶주림에 지친 애굽 소년 한 명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다윗 일행은 얼마나 급박한 상황입니까? 당장 아내와 자녀를 찾아야 하는 절박함 속에서 쓰러져 있는 이 소년을 지나치기 쉬웠을 것입니다. ‘내 코가 석 자인데…’라고 생각하며 외면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이 소년을 외면하지 않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었습니다. 그 소년은 음식을 먹고 힘을 얻어 눈이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다윗의 질문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말렉에 대한 정보를 주었습니다. 이 정보를 통해 다윗은 마침내 아말렉을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소년을 만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세밀한 섭리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다윗이 그 소년을 ‘돌보아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에만 매몰되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도 힘든데…’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야를 조금만 넓히고, 주님의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향해 조금만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진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주님을 닮아가려 애쓸 때, 하나님께서는 그 가운데 놀라운 은혜와 축복으로 채워주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 삶에서 조금만 더 넓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마침내 다윗은 아말렉 진영에 당도했습니다. 그들은 되찾은 전리품을 쌓아두고 먹고 마시며 흥청망청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모든 위험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경계를 늦춘 채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다윗은 아말렉이 가장 깊이 잠든 새벽에 기습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저녁까지 밤낮으로 싸워 아말렉을 완전히 격파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그들이 약탈하였던 것 곧 무리의 자녀들이나 빼앗겼던 것은 크고 작은 것을 막론하고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이 모두 다윗이 도로 찾아왔고 다윗이 또 양 떼와 소 떼를 다 되찾았더니 무리가 그 가축들을 앞에 몰고 가며 이르되 이는 다윗의 전리품이라 하였더라” (사무엘상 30:19-20)

단 한 사람도 죽지 않았고,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되찾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다윗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였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시 만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되찾은 전리품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는 길, 브솔 시내에서 기다리던 200명을 만났습니다. 기다리던 이들 역시 기쁨으로 그들을 맞이했지만, 400명 중 일부 악한 자들은 “싸움에 나가지 않았으니 아내와 자녀만 돌려주고 전리품은 나누어 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이 모든 승리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했음을 고백하며 “싸움에 나갔던 자나 소유물 곁에 머물렀던 자나 똑같이 나누어야 한다”고 선포했습니다. 다윗의 이 결정은 훗날 이스라엘의 율례와 규례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공동체 안에서 연약한 자를 배려하는 지혜로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윗은 되찾은 전리품 중 일부를 유다의 장로들, 즉 자신이 도망자 생활을 할 때 도움을 받았던 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감사와 공동체 의식을 표현했습니다.

창세기에서 아브라함도 실수하고 죄를 지었지만(창 12장, 20장),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보호하시고 회복시키셨습니다. 오늘 본문의 다윗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레셋으로 망명한 그의 선택이 시글락의 비극으로 이어졌지만, 아브라함을 도우셨던 하나님이 다윗 역시 도우셨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도 여전히 연약하여 실수하고 죄를 짓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택하신 하나님은 우리의 실수와 죄조차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전능하신 분이십니다. 물론 이것이 ‘이제 마음껏 죄를 지어도 되겠구나’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연약함을 알기에, 우리는 더욱 죄에서 멀어지고 죄를 미워하며 거룩함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본문의 다윗처럼 가장 힘들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야 합니다.

사무엘상 30장에 나타난 다윗의 모습에서 우리는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 다윗은 가장 절망적이고 힘들 때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고 바라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라고 간구하셨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셨지만, 결국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셨습니다. 우리 삶에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나의 죄 때문일 수도 있고, 때로는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깊은 계획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우리는 더욱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번 한 주 동안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실천하는 저와 여러분 되기를 축복합니다.

둘째, 다윗은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순종하며 따랐습니다.
온전한 순종의 삶을 보여주신 분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그분은 죽기까지 하나님 아버지께 순종하셨습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갈 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합니다. 때로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세상의 방식과 맞지 않아 어리석어 보이거나, 남들은 지름길로 가는 것 같은데 나만 먼 길을 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도 하나님의 말씀에 굳게 순종하시기 바랍니다. 말씀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유일한 길이며, 우리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 주 동안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어떤 말씀을 주시는지 기대하며, 그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는 복된 삶을 살기를 축복합니다.

셋째, 다윗은 연약한 이를 돌보고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계실 때 고아와 과부, 병든 자, 어린 아이들과 같이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먼저 찾아가셨고, 그들에게 천국의 복음을 전하며 함께하셨습니다. 때로 우리의 상황이 나아지고 일이 잘 풀리면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교만해지면 나보다 약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다른 이들을 섬기고 도와야 합니다. 이번 한 주 동안 가정에서, 직장에서, 교회에서 ‘내가 누구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인정하고 사랑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은혜가 있기를 축복합니다.

사무엘상 30장의 다윗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인생의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순종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이 말씀이 우리의 삶에 깊이 새겨져, 어떤 상황 속에서도 믿음으로 승리하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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