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볼 본문은 사무엘상 26장입니다. 언뜻 보면 사무엘상 24장과 매우 흡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두 본문 모두 다윗과 사울의 만남을 그리고 있으며, 다윗은 사울을 죽일 절호의 기회를 맞이합니다. 그의 부하들은 사울을 제거하려 했지만, 다윗은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해쳐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24장에서는 다윗이 사울의 겉옷 자락을 베었을 뿐이었고, 26장에서는 사울의 물병과 창을 가져오는 것으로 그칩니다. 흥미롭게도 두 이야기 모두에서 사울은 다윗에게 “내가 잘못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이러한 유사성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24장과 26장이 동일한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편집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본문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들이 존재합니다. 24장에서 다윗은 우연히 사울이 은신해 있던 동굴에 들어왔다가 그를 만나게 됩니다. 물론 사울은 자신의 뒤에 다윗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26장에서는 다윗이 사울이 자신을 추격해 온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24장에서는 다윗이 부하의 권유에 따라 사울의 겉옷 자락을 베어낸 후 마음이 찔려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자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26장에서는 사울을 죽이려는 아비새에게 먼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24장에서는 사울이 동굴에서 나간 후에 다윗이 그의 뒤를 쫓아 나가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는 다소 위태로운 행동을 보입니다. 하지만 26장에서 다윗은 사울과 상당한 거리를 둔 채, 먼저 사울의 군대 장관인 아브넬을 질책합니다. 이때 다윗의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사울이 비로소 다윗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처럼 24장의 다윗과 26장의 다윗은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24장의 다윗은 다소 우왕좌왕하며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반면에 26장의 다윗에게서는 훨씬 더 침착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느껴집니다. 그의 주변에는 이미 체계적인 조직이 갖춰져 있으며,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성숙함이 묻어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토록 다윗을 성숙하게 만들었을까요? 단순히 인맥이 넓어진 덕분일까요? 아니면 지식이 늘어난 결과일까요? 재물이 많아져서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일까요? 아닙니다. 다윗을 이처럼 변화시킨 것은 바로 **고난**이었습니다. 시련, 혹은 고통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윗은 끊임없는 고난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고난은 왜 찾아오는 것일까요? 창세기 3장에서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음으로 인해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깨어졌고, 신뢰는 무너졌습니다. 그 결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불신이 싹트고 서로를 미워하며 시기하는 비극적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고난은 바로 이 죄 때문에 세상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이사야 53장 4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우리의 죄 때문에 예수님께서 고난을 당하셨고, 우리의 죄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서 고난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우리 삶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고난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 고난의 의미는 이전과는 달라졌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고난이 이제는 우리의 영적인 성숙을 위한 소중한 기회로 변화된 것입니다. 물론 고난은 여전히 우리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며 괴롭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은 우리의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 19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는 그들이 이르기를 너는 가서 다른 신들을 섬기라 하고 오늘 나를 쫓아내어 여호와의 기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함이니이다.” 다윗의 적들은 그에게 “하나님을 떠나 다른 신들을 섬기라”고 끊임없이 유혹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그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하나님 곁에 가까이 머물렀습니다. 그는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자신의 모든 상황을 그분께 온전히 맡겼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다윗이 “하나님께서 알아서 해주시겠지”라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고난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굳게 붙잡고 그 말씀에 순종하며 최선을 다했다는 점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에게도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 찾아옵니다. 그 고난은 우리를 지치게 하고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난 가운데 있을 때 우리는 더욱 하나님 옆으로 바짝 다가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고난 가운데 있는 우리의 삶을 더욱 견고하게 세워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고난을 통해 더욱 성숙해지고, 상처는 회복될 것이며, 우리의 믿음은 이전보다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이 시간, 우리 모두 고난 가운데 더욱 하나님 곁에 바짝 붙어 섬김으로써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고, 성숙한 믿음의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