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생의 밑바닥, 잃어버린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하나님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이었던 다윗이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추락하는 장면을 조명합니다. 아들 압살롬의 치밀한 반역으로 인해 다윗은 왕좌와 성읍, 백성들의 마음, 그리고 가장 신뢰했던 전략가 아히도벨까지 모두 잃었습니다. 30절은 다윗이 감람산을 오를 때 “머리를 가리고 맨발로 울며” 갔다고 기록합니다. 화려한 왕의 신발을 벗어 던진 채 맨발로 흙과 돌을 밟으며 걷는 다윗의 모습은 마치 포로와 같고, 죽음을 앞둔 조문객과도 같았습니다.
세상의 관점으로 볼 때 다윗은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다윗이 하나님께 버림받았다”라고 수군거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다윗은 왕궁에 있을 때보다 이 비참한 ‘잃어버림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더욱 선명하게 대면하고 있었습니다. 성도에게 고난은 결코 하나님의 유기(遺棄)가 아닙니다. 오히려 내 손에 쥐었던 것들을 놓칠 때, 비로소 보이지 않던 하나님의 일하심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난 그 자체가 복은 아니지만, 그 고난이 우리를 하나님께 더 가까이 이끄는 통로가 된다면 그것은 우리 인생의 가장 큰 유익이 됩니다.
2. 거래하는 신앙을 넘어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는 믿음
다윗이 절망의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가 하나님을 ‘거래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피난길에 언약궤를 메고 따라오려는 사독 제사장에게 “하나님의 궤를 다시 성읍으로 도로 메어가라”고 명령합니다. 이는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이 언약궤를 마치 전쟁터의 부적처럼 사용하여 하나님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 했던 ‘거래 중심적 신앙’과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특별기도를 하니, 내가 헌금을 하니, 내가 봉사를 하니 하나님은 반드시 내 뜻대로 응답하셔야 한다”는 보상 심리에 갇히곤 합니다. 이것은 신앙이 아니라 거래입니다. 거래하는 신앙은 고난이 오면 즉시 “하나님이 나를 버리셨다”고 오해하며 무너집니다. 그러나 다윗은 “하나님께서 선히 여기시는 대로 내게 행하시옵소서”라고 고백하며 자신을 온전히 하나님께 내어드렸습니다. 진정한 믿음은 하나님을 내 계획 속으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의 주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3. 최선을 다하는 삶과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
다윗이 모든 결과를 하나님께 맡겼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을 세웠습니다. 제사장들을 성안에 두어 정보를 얻게 했고, 후새를 보내 아히도벨의 모략을 무너뜨리려 했습니다. 믿음은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이후의 결과만을 하나님께 맡기는 ‘책임 있는 신앙’입니다.
놀랍게도 다윗이 하나님 앞에 자기를 드리고 최선을 다할 때, 하나님은 이미 일하고 계셨습니다. 다윗이 아히도벨의 모략을 흩어달라고 기도하자마자 후새가 나타났고, 훗날 이 후새를 통해 다윗은 목숨을 구할 시간을 벌게 됩니다. 우리는 응답이 눈에 보일 때만 하나님이 일하신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은 다윗이 울며 맨발로 산을 오르던 그 위기의 시작점인 15장에서부터 이미 승리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4. 감람산의 다윗과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
오늘 본문에서 다윗이 맨발로 울며 올랐던 ‘감람산’은 수천 년 뒤 또 다른 왕이 오르시는 장소가 됩니다.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님 역시 제자들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한 채 감람산에 오르셨습니다. 그리고 다윗처럼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라며 자신을 온전히 하나님께 드리셨습니다.
다윗과 예수님의 차이가 있다면, 다윗은 자신의 죄로 인한 결과를 거두며 그 산을 올랐지만, 예수님은 아무 죄 없이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그 길을 가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하나님께 버림받으심으로 인해, 이제 우리는 어떤 고난 속에서도 결코 버림받지 않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인생의 많은 것을 잃어버려 “하나님이 나를 떠나셨나”라는 생각이 드는 분이 계십니까? 그 자리가 바로 하나님과 가장 가까운 자리이며, 예수님이 먼저 걸어가신 승리의 길임을 기억하십시오. 결과를 붙들지 말고, 하나님을 경배하는 자리를 지키며 그분 앞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성도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