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30 칼럼
사진: Unsplash의Robert Penaloza

제목 : 자녀의 믿음으로 올바로 살기: 산 아래 세상에서 값비싼 은혜를 선택하라

1. 영광의 산을 내려와 현실의 산 아래로

예수님께서 베드로, 야고보, 요한 세 제자를 데리고 산에 오르셨을 때, 그곳은 변화와 영광의 자리였습니다. 제자들은 모세와 엘리야까지 나타난 그 영광스러운 순간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지나가고, 예수님은 제자들을 이끌고 현실의 산 아래로 내려오셨습니다.

우리 신앙인에게도 영광스러운 ‘산 위의 순간’이 있습니다. 은혜로운 예배, 깊은 기도 응답, 신앙적 성취의 기쁨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 산 아래, 즉 현실의 문제와 고난이 가득한 세상에서 펼쳐집니다. 우리가 믿어야 할 진리는, 산 아래의 치열한 삶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의 삶을 붙들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산 아래에서 난관에 부딪혔을 때, 우리의 믿음이 무력해진다는 점입니다. 예수님과 세 제자가 산 아래로 내려왔을 때, 남아 있던 제자들은 귀신 들린 아이를 고치지 못하고 서기관들과 논쟁에 휘말려 있었습니다. 이 실패에 대해 예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믿음이 작은 까닭이니라.” (마 17:20)

2. ‘산이 옮겨진다’는 것의 참된 의미

예수님은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만 있어도 산을 명하여 옮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 ‘산’은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의 삶 속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아픔이 우리의 믿음 부족이나 기도 부족 때문일까요?

우리는 직장인의 암 발병이나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처럼, 아무리 간절히 기도해도 해결되지 않는 고난 앞에서 무력해지곤 합니다. 본문이 요구하는 믿음은 ‘맹목적인 긍정’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산’은 하나님의 임재의 중심, 성전이 있는 시온 산을 상징합니다 (사 2:2). 반면 ‘바다’는 이방 세계와 혼돈, 세상을 의미합니다 (사 23:11). 예수님께서 “이 산더러 들려 바다에 던져지라”고 하신 말씀은, 구약의 폐쇄적인 성전 중심 체제(산)를 무너뜨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복음을 온 세상(바다)에 전파하겠다는 하나님 나라의 혁명적인 선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성소와 지성소를 가르던 휘장이 찢어진 것은, 누구든지 제물이나 제사장 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증명합니다.

3. 작은 믿음의 덫: ‘내가 드려야 받는다’는 계산

제자들이 귀신을 쫓아내지 못하고 ‘믿음이 작다’는 책망을 들은 것은, 그들의 믿음이 여전히 구약적 행위 중심의 덫에 갇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믿음은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 (1) 교만의 덫 (자판기 신앙)

바리새인의 기도(눅 18:12)처럼, 금식과 십일조를 많이 드렸으니 ‘하나님은 나에게 잘해주셔야 한다’고 믿는 교만입니다. 종교적 행위를 통해 하나님의 축복을 강요할 자격이 생긴다고 착각하는 ‘자판기 신앙’입니다.

# (2) 좌절의 덫 (지나친 겸손)

오병이어 기적 때 제자들이 “우리가 이들을 먹일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는 가진 것도 없고 주님께 드린 것도 없으니 받을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무능력함에 한정 짓는 좌절입니다. 하나님의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기준으로 삼아 은혜를 구하지 못합니다.

4. 큰 믿음의 영광: 자녀의 당당한 특권

예수님께 “믿음이 크다”는 칭찬을 받은 로마 백부장이나 가나안 여인은 이방인으로, 유대인의 제사나 절기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 나아가면 된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졌습니다.

큰 믿음은 ‘내가 드려야 받는다’는 구약적 논리가 아니라, ‘나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은혜 중심의 논리에서 출발합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무엇을 ‘드려서’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자녀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나아가 간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휘장이 찢어진 새 언약의 시대에, 자녀로서 담대하게, 그리고 뻔뻔하게 하나님 아버지께 은혜를 구할 자격이 있습니다.

5. 값싼 은혜를 경계하고 값비싼 은혜를 살라

그러나 여기서 가장 큰 위험이 발생합니다. ‘나는 자녀니까 괜찮아’라며 마음대로 사는,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목사님이 경고했던 값싼 은혜(Cheap Grace)의 함정입니다.

> 값싼 은혜란 참회가 없는 사죄요, 뒤따름이 없는 은혜요, 십자가가 없는 은혜입니다.

이러한 값싼 은혜는 하나님의 은혜를 떨이로 팔아버려, 죄를 헐값에 덮고 순종과 제자도의 책임을 회피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받은 은혜는 결코 싸구려가 아닙니다. ‘값비싼 은혜(Costly Grace)’입니다. 은혜가 값비싼 까닭은 하나님이 아들의 생명을 대가로 치르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에게 이토록 값비싼 것이, 우리에게 값싼 것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특권은 면죄부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값비싼 부르심(소명)을 주어, 그 놀라운 희생에 감사하여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야 할 책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6. 결론 및 적용: 자녀의 믿음으로 올바로 살기

우리가 가진 자녀의 믿음은 구약적 율법과 행위의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 값비싼 은혜의 가치를 삶으로 증명하는 순종의 믿음입니다.

# 📣 최종 메시지 (3가지)

1. 구약적 신앙을 벗어나십시오: 행위와 소유에 따라 좌절하거나 교만하는 ‘자판기 신앙’을 완전히 내려놓고 오직 그리스도만 의지하십시오.
2. 자녀의 권세로 담대히 나아가십시오: 우리의 자격은 오직 그리스도의 값비싼 은혜에 근거합니다. 당당하게 하나님 아버지를 ‘아빠’라 부르며 은혜를 구하십시오.
3. 자녀로서 말씀에 순종해야 합니다: 뒤따름이 없는 ‘값싼 은혜’를 거부하고, 십자가를 지고 말씀에 열심히 순종하는 제자의 길을 걸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 ✨ 적용점 (3가지 실천)

1. 매 순간 담대하게 기도하십시오: 상황의 크기나 나의 공로를 보지 말고, 오직 자녀의 이름으로 하나님께 나아가 우리의 모든 필요와 마음을 숨김없이 아뢰십시오.
2.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십시오: ‘나는 자녀니까 괜찮아’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죄를 끊고 회개하며,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값비싼 은혜의 순종을 삶 속에서 실천하십시오.

“그 선한 힘이 우릴 감싸시니, 믿음으로 일어날 일 기대하네…” 우리가 받은 값비싼 은혜를 붙들고, 이 한 주간 산 아래 세상에서 승리하는 삶을 사시기를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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