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소의 의미: 왜 가이사랴 빌립보인가?
사람에게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말을 하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신 장소는 바로 가이사랴 빌립보 근처였습니다.
이 지역은 예수님의 사역 중심지인 가버나움에서 55km 떨어진 먼 곳이었으며, 그 배경을 이해해야 예수님의 질문이 가진 의미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파니아스 (우상의 중심지): 이 도시의 원래 이름은 ‘파니아스’로, 그리스 신화의 목축과 공포의 신인 ‘판(Pan)’ 신의 장소라는 뜻입니다. 이곳에는 판 신을 비롯하여 여러 우상 신전들이 바위 위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가이사랴 빌립보 (황제 숭배의 중심지): 헤롯 빌립 분봉왕은 로마 황제에게 인정받기 위해 이곳의 이름을 황제의 칭호인 ‘카이사르(가이사랴)’와 자신의 이름 ‘빌립’을 합쳐 개명했습니다. 이는 곧 ‘로마 황제 카이사르를 위한 도시’라는 의미로, 예수님 시대의 정치적, 종교적 우상의 심장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거대한 황제 신전을 지나가시던 길에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인자(人子)를 누구라 하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이는 세상의 모든 권세와 우상 앞에서 ‘과연 너희는 나를 누구로 믿고 따르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었습니다.
2. ‘그냥’ 따르는 신앙의 한계
예수님은 군중들이 자신을 ‘그냥’ 따르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셨습니다. 마치 요즘 사람들이 ‘남들이 하니까’ 음식을 먹고, 물건을 사고, 심지어 직장이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처럼, 신앙생활도 ‘그냥’ 따라 하는 것은 아닌지 물으신 것입니다.
군중들은 예수님을 세례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나 선지자 중 한 명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기적과 가르침을 존경했으나, 그분의 참된 신분까지는 알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냥’ 길을 가다 넘어지면 쉽게 포기하듯, 예수님을 선지자 정도로만 알고 따르다가 고난과 어려움이 오면 그 신앙은 버티지 못합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이 누구시냐?’라는 확신은 삶의 문제와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예수님을 바라보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됩니다. ‘그냥’이 아닌, 올바른 지식과 확신으로 따르는 신앙이 필요합니다.
3. 세 가지 핵심으로 구성된 베드로의 신앙 고백
화려한 황제 신전과 우상의 중심지인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예수님은 최종적으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셨고, 베드로는 위대한 고백을 드렸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마 16:16)
이 고백은 세 가지 핵심 진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는 나의 주님이십니다 (Lord): 로마 황제가 백성의 주인 행세를 하던 그곳에서, 베드로는 세상의 모든 주인(황제, 돈, 욕심, 명예)을 부정하고, 오직 예수님만이 나의 통치자, 나의 모든 것, 나의 구원자이심을 선포했습니다.
그리스도이시요 (Messiah):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뜻으로, 구약에 예언된 왕, 제사장, 선지자의 직분을 수행하여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실 약속된 메시아이심을 고백합니다.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죽은 우상(판 신, 죽을 황제)들이 아닌, 지금도 살아 계셔서 역사하시며, 하나님과 동등한 신성을 가지신 유일하고 참된 분이심을 선언했습니다.
우리가 예배하고, 기도하고, 봉사하는 모든 신앙생활은 이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을 올바로 알고 고백하는 행위가 되어야 합니다. ‘남들이 하니까’ 따르는 신앙이 아니라, 예수님을 알아가는 복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4.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와 권세
베드로의 고백 후 예수님은 교회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마 16:18).
반석 (교회의 기초): 이 반석은 베드로 개인이 아니라, 베드로의 신앙 고백(주는 그리스도…) 위에 세워지는 성도 공동체인 교회를 의미합니다. 베드로를 시작으로 사도들의 희생과 수고 위에 교회가 세워지며, 오늘날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증거를 통해 교회는 확장됩니다.
음부의 권세 (음부의 문): 가이사랴 빌립보 판 신전 뒤에는 지옥으로 통하는 문으로 여겨지던 동굴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악한 세력의 상징 앞에서 “음부의 문”이 끊임없이 악의 세력을 올려보내 교회를 핍박할지라도,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를 지키시므로 교회는 결국 승리한다고 선언하신 것입니다.
매고 푸는 것 (교회의 권위): 교회에 주어진 천국 열쇠의 권세는 땅에서 매면(금지) 하늘에서도 매이고, 풀면(허용) 하늘에서도 풀리는 권한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사면권이 아니라, 성도의 삶의 문제에 대해 하나님 말씀에 맞게 올바르게 해석하고 판단하여 기준을 확정해주는 지도(Guidance)의 권한을 의미합니다. 교회는 말씀을 깊이 알고 성도들을 하나님의 뜻대로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5. 결론 및 적용: ‘그냥’ 신앙을 멈추라
김연경 감독이 선수들에게 “그냥 경기하지 말고 훈련받은 대로 하라”고 주문했듯이,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냥 신앙생활 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이시며, 구약의 메시아, 살아 계신 하나님이심을 진정으로 고백하고 믿을 때, 우리는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고,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믿음으로 버티며 하나님의 자녀로 잘 살 수 있습니다. 예배와 말씀, 기도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가는 것이 우리의 신앙고백을 굳건하게 하는 길입니다.
한 주간의 신앙 적용점 3가지
첫째, 고백의 기도 하기: 이번 주는 기도를 시작하기 전 마태복음 16장 18절을 꼭 한 번씩 입으로 소리 내어 고백하며 기도를 시작하십시오. 이 고백이 우리의 기도의 중심이 되게 하십시오.
둘째, 내 삶의 주인 교체 선언: 우리 삶에 여전히 주인 행세하는 돈, 불안, 핸드폰, 타인의 시선과 같은 것들 중 하루에 한 가지씩 정하여 멈추거나 줄이는 훈련을 하십시오. 이 작은 영역에서부터 예수님만이 나의 주인임을 고백하십시오.
셋째,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 간구: 앞선 두 가지 적용(고백의 기도, 주인 교체)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간구하며 한 주간 믿음으로 살아가는 복된 삶이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