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내 힘으로 질 것 같을 때 말씀으로 버티십시오
1. 들어가는 말
우리는 누구나 약한 것보다 강한 것을,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을 원합니다. 하지만 삶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의 연약함과 마주합니다. 부족하고 실수하며, 때로는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우리 모습 말입니다. 이런 모습으로는 우리 앞에 놓인 일상의 수많은 싸움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스스로의 강함으로 승리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지극히 약할 때, 하나님께서 친히 그들을 위해 싸우시고 놀라운 승리를 안겨주셨음을 증언합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일하심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본문은, 다윗이 유다의 왕으로 막 기름 부음 받았으나 아직 나라 전체가 혼란스럽고 그의 기반이 약했던 시절의 한 사건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승리를 굳게 신뢰하며 살아가는 성도의 영적인 자세가 무엇인지 함께 배우고자 합니다.
2. 기브온, 피할 수 없는 영적 전쟁터
사울 왕이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후, 다윗은 헤브론으로 돌아와 유다 지파의 지지 속에 왕위에 오릅니다. 그러나 북쪽에서는 사울의 군대장관이었던 아브넬이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내세워 마하나임에서 또 다른 왕국을 세웁니다. 나라가 둘로 쪼개진 위기의 상황이었습니다. 사무엘하 2장 14절은 당시의 긴장감을 이렇게 전합니다.
“14 아브넬이 요압에게 이르되 원하건대 청년들에게 일어나서 우리 앞에서 겨루게 하자 요압이 이르되 일어나게 하자 하매”
마하나임에 있던 아브넬이 갑자기 군대를 이끌고 기브온으로 진격해 왔습니다. 다윗과 그의 군대장관 요압에게는 실로 엄청난 위협이었을 것입니다. 요압 역시 즉시 군대를 소집하여 기브온으로 향했습니다.
아브넬은 왜 하필 기브온으로 군대를 몰고 왔을까요? 기브온은 단순한 땅이 아니었습니다. 과거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을 정복할 때, 성경은 기브온을 “큰 성읍이요, 주민은 용맹한 전사들”이라고 묘사할 만큼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더 나아가, 엘리 제사장 시절 블레셋에 빼앗겼던 하나님의 법궤가 기적적으로 돌아와 머물렀던 기럇여아림이 바로 기브온의 성읍 중 하나였습니다. 또한 사울 왕이 놉 땅의 제사장들을 학살한 후, 이스라엘의 성막이 옮겨진 곳도 바로 이 기브온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기브온은 당시 이스라엘의 군사적 요충지이자 신앙의 중심지, 바로 영적인 심장부였습니다. 아브넬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중요한 이곳을 먼저 장악하려 한 것입니다.
3. 잔혹한 전투, 그러나 예기치 않은 승리
기브온에서 마주한 아브넬과 요압. 아브넬은 요압에게 마치 놀이처럼 “청년들에게 일어나서 우리 앞에서 겨루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이는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양측의 힘을 과시하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이스보셋 진영에서 12명, 다윗 진영에서 12명이 각기 대표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대결은 서로의 머리를 붙잡고 칼로 옆구리를 찌르는, 처절하고 잔혹한 싸움이었습니다. 성경은 이 작은 전투가 벌어진 곳을 ‘헬갓 핫수림’, 즉 ‘칼의 벌판’이라 불렀을 정도입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먼저 도발한 쪽은 아브넬이었지만, 승리는 다윗에게 돌아갔습니다. 아브넬 군사 360명이 목숨을 잃은 반면, 다윗의 군사는 아사헬을 포함하여 단 20명만이 희생되었습니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아브넬은 요압에게 휴전을 제안했고, 요압은 이를 받아들여 각자의 본거지로 돌아갑니다. 다윗은 이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했습니다.
4. 그러나 다윗은 강하지 않았다
우리는 흔히 다윗을 떠올릴 때, 작사와 작곡에 능한 예술가이자, 사자와 곰을 맨손으로 때려잡고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용맹한 전사, 수많은 군사를 거느린 강력한 왕으로 기억합니다. 하나님의 기름 부음 받은, 매력 넘치는 지도자로서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 속 다윗의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아브넬이 마하나임(약 80km 거리)에서 기브온까지 거침없이 진격해 온 반면, 다윗의 근거지인 헤브론(약 40km 거리)은 상대적으로 가까웠음에도 주도권을 빼앗긴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는 아브넬 스스로 ‘다윗의 군사력보다 우리가 우세하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한 공격이었습니다. 사울이 죽고 다윗이 먼저 왕이 되었지만, 그의 군사력은 아직 아브넬을 압도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훗날 아브넬이 다윗과 평화의 언약을 맺고 돌아갈 때, 요압이 독단적으로 그를 암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다윗은 이 강력한 신하 요압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묻지 못할 만큼 그의 왕권은 아직 공고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기브온 전투의 과정에서도 다윗이 직접적으로 무엇을 했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마치 아브넬이 이스보셋을 왕으로 세울 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처럼, 다윗은 여전히 힘이 약해 보였습니다.
5. 예수님, 그 가장 위대한 약함과 승리
이처럼 연약해 보였던 다윗의 모습은, 더 궁극적으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예표합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을 때, 그분은 수많은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시고, 죽은 자를 살리시며,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셨습니다. 제자들과 무리는 열광하며 ‘이분이야말로 우리의 메시아이시다! 로마의 압제에서 우리를 구원하고 강력한 새 나라를 세우실 분이다!’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예수님은 무력하게 사람들의 손에 붙잡히셨고, 십자가에서 고통스럽게 죽으셨습니다. 마치 골리앗을 이겼던 다윗이 오늘 기브온 전투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처럼, 예수님의 모습은 초라하고 실패한 듯 보였습니다. 그를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빠져 뿔뿔이 흩어졌고, 수제자 베드로마저 세 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할 정도였습니다.
예수님은 실패한 것처럼, 무기력하게 죽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바로 이 지점에서 놀라운 반전을 선포합니다. 고린도후서 13장 4절은 말씀합니다.
“4 그리스도께서 약하심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으나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아 계시니 우리도 그 안에서 약하나 너희에게 대하여 하나님의 능력으로 그와 함께 살리라”
또한 요한복음 16장 33절에서 예수님은 친히 선포하십니다.
“33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예수님은 군사적 힘이나 정치적 권세 없이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가장 약한 모습, 실패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죽음이야말로 하나님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죽음에 머무르지 않으시고 삼 일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영원한 승리를 쟁취하신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도망쳤던 그들이 이제는 목숨을 걸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하는 증인이 되었습니다.
6. 왜 기브온인가? 성도의 삶은 영적 전투의 현장이다
아브넬이 군사를 이끌고 온 기브온이 성막과 법궤가 있던 이스라엘의 영적 중심지였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는 성도의 삶 자체가 바로 치열한 ‘영적 전투의 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에베소서 6장 12절은 명확히 말합니다.
“12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
우리는 이 땅에서 세상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보이지 않는 영적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7. 사탄은 우리의 가장 약한 곳을 노린다
성도가 이 땅을 살아갈 때, 우리는 수많은 ‘기브온’과 마주합니다. 바로 그때, 사탄은 우리의 가장 약한 고리를 물고 늘어지며 공격해 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엄습할 때, 사탄은 그 불안을 무기 삼아 우리를 넘어뜨리려 합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때, 사탄은 그 문제를 이용해 우리의 믿음을 흔들려 합니다. 가정의 아픔, 직장에서의 고난, 인간관계의 갈등 등 사탄은 우리의 연약한 부분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공격합니다.
우리는 이 싸움에서 도망치고 싶어 합니다.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탄의 공격이 너무나 거세고 두렵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약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사탄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사탄은 이미 구원받은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탄은 우리가 이 땅에서 구원의 기쁨과 감사를 누리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마치 패배자처럼, 구원받지 못한 사람처럼 살아가도록 만듭니다. 눈앞의 수많은 걱정, 근심, 불안, 두려움에 짓눌려 주님께서 주시는 참된 기쁨과 은혜를 맛보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눈물과 한숨과 괴로움 속에서 허덕이게 만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바로 이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질 것 같아 보여도, 우리는 기브온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한없이 약해 보이고 곧 쓰러질 것 같아도, 믿음으로 그 전투의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기브온으로 나아가 싸우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우리 자신의 힘으로는 사탄과 싸워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음으로 나아갈 때, 우리 대신 예수님께서 싸우십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이미 예수님께서 십자가와 부활로 사탄과의 싸움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셨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적 전투의 자리인 ‘기브온’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버티는 것’입니다. 우리가 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말씀 위에 굳건히 서 있기만 한다면, 이미 승리하신 예수님께서 그 놀라운 승리를 우리의 것으로 확인시켜 주실 것입니다.
두려워도, 절망스러워도,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여도, 이미 승리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최종적인 승리를 주실 것을 믿으십시오. 그 믿음으로 담대히 오늘의 기브온으로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