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9 칼럼

언젠가 장례식장에 갔다가 화장터까지 따라간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봉안당, 그러니까 납골당까지 들어가 봤습니다. 봉안당 벽에는 유골함을 놓을 수 있는 작은 칸들이 나란히 있었어요. 가로, 세로 30cm쯤 되는 안치단인데, 앞은 유리로 막혀 있고 그 유리를 문처럼 열 수 있더라고요. 유골함이 들어간 칸을 보니, 안에 약간의 여유 공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고인을 위해 작은 물건들을 놓아두었어요. 꽃, 편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이 가장 많았습니다. 아기 때 찍은 사진, 학교 다닐 때 교복 입은 사진, 결혼식에서 웃는 사진, 친구들과 떠난 여행 사진, 가족과 함께한 단체 사진까지… 정말 다양한 순간들이 담겨 있었어요. 아마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두고 간 거겠죠.

저는 교회를 개척하면서 하나님이 보내주신 성도들을 만났어요. 한 분, 두 분, 그렇게 교회에 오시기 시작하셨죠.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분들과 나눈 추억은 제 마음에 깊이 남아 있어요. 같이 예배드리며 기도했던 순간, 예배 후에 웃으며 밥을 먹던 시간, 야외에서 모임을 갖고 윷놀이를 하며 깔깔대던 날, 성탄절에 서로 따뜻한 인사를 나누던 기억….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더 많은 성도님들과 더 많은 소중한 순간들이 쌓이겠죠.

주일 예배를 시작하면서 성도님들께 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서로를 바라보며 이렇게 인사했죠. “나는 당신의 사진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공동체, 바로 교회예요. 예수님 안에서 함께 지내면서 기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들이 참 많아요. 예배 중에 함께 찬양하던 목소리, 힘들 때 서로 위로하던 손길, 기쁠 때 같이 웃던 얼굴들…. 이 모든 순간을 잘 간직하며 살아가면 좋겠어요. 나는 당신의 사진이에요. 당신도 제 사진이에요. 우리 함께 예수님 안에서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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