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본문은 사무엘상 25장입니다. 바로 앞장인 24장에서는 다윗이 사울을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그를 살려 보내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26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울을 죽일 수 있었지만 칼을 내려놓는 다윗을 봅니다. 24장과 26장에서 다윗은 이상적인 하나님의 사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며 분노를 다스리는 믿음의 모범이었죠.
그런데 25장은 조금 다릅니다. 다윗이 나발을 향해 칼을 들고 복수를 시도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옳은 길로 돌아오지만, 이는 24장과 26장처럼 홀로 된 결정이 아니라 아비가일이라는 여인의 도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24장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인식하는 성도의 삶을 나누었죠. 오늘 25장에서는 그 인식이 삶에서 어떻게 맛있게 만들어지는지, 네 사람을 통해 배워봅시다.
첫 번째 재료: 겸손 (나발의 교만과 대조)
먼저 등장하는 인물은 나발입니다. 그는 모든 면에서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사람처럼 보입니다. 나발은 갈렙 족속, 곧 유다 지파 출신입니다. 갈렙은 믿음과 용기로 유명한 인물이었죠. 나발의 출신은 훌륭합니다. 게다가 그는 엄청난 부자였습니다. 양 3,000마리와 염소 1,000마리만 계산해도 당시 가치로 30~70억 원, 땅과 건물, 하인까지 합치면 100억 원 이상, 오늘날로 치면 최소 1,000억 원대 재산을 가진 셈입니다. 더구나 그의 아내 아비가일은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인이었죠. 나발은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다윗의 부하들이 도움을 청하러 왔을 때, 나발은 그들을 문전박대합니다. 다윗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철저히 무시했어요. 결국 화가 난 다윗이 나발을 죽이려 했지만, 다행히 아비가일의 지혜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나발은 끝내 하나님의 심판으로 죽고 맙니다. 나발에게는 장점이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교만이 있었습니다. 성도의 삶을 맛있게 만드는 첫 번째 재료는 바로 겸손입니다.
두 번째 재료: 용기 (나발의 하인)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이는 나발의 하인입니다. 이 날, 다윗은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어요. 만약 그가 나발과 그의 집안을 죽이고 나중에 왕이 되었다면, 그 사건은 평생 다윗을 괴롭혔을 겁니다. 그런데 이 큰 실수를 막아준 결정적인 인물이 바로 이 하인입니다. 물론 다윗 앞에 나가 화난 그를 진정시킨 건 아비가일이었죠. 하지만 이 하인이 아비가일에게 다윗과 나발 사이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면, 그날 나발과 그의 집, 심지어 아비가일까지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하인은 가만히 있을 수도 있었습니다. 주인의 잘못을 폭로하는 건 위험한 일이었죠. 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아비가일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의견까지 덧붙여가며요. 그의 용기가 없었다면 다윗의 삶은 맛을 잃었을 겁니다. 성도의 삶을 맛있게 만드는 두 번째 재료는 용기입니다.
세 번째 재료: 지혜 (아비가일)
세 번째 인물은 아비가일입니다. 그녀는 나발의 아내로, 하인을 통해 남편 나발이 다윗에게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아비가일은 적극적인 여인이었어요. 하인의 말을 듣자마자 “이거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큰일 나겠구나” 하고 직감했죠. 그녀는 부지런히 먹을 것을 챙겨 다윗을 찾아갔습니다. 다윗이 오는 것을 보자마자 땅에 엎드려 겸손히 말했어요.
그녀는 다윗에게 세 가지를 전합니다. 첫째, “나발을 내버려 두세요.” 둘째, “그를 하나님의 손에 맡기세요.” 셋째, “하나님이 당신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실 겁니다”(25:26-31). 이 말들은 분노한 다윗의 마음을 녹이고 방향을 돌렸습니다. 아비가일에게서 배울 점은 많지만, 여기서 우리가 찾는 재료는 지혜입니다.
네 번째 재료: 회개 (다윗)
마지막은 다윗입니다. 다윗이 나발에게 요구한 것은 정당했어요. 그의 분노도 이해할 만했죠. 하지만 그는 왕이 될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유다 지파 갈렙 자손 나발의 집을 멸했다”는 기록이 남았다면, 왕으로서 평생 무거운 짐이 되었을 겁니다. 24장에서 사울에게 칼을 내려놓았던 다윗이, 25장에서는 나발을 향해 칼을 들었어요. 그는 부하들을 데리고 나발과 그의 집을 죽이러 갔습니다. 그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했죠.
그런데 한 여인, 아비가일이 그의 앞을 막아섰습니다. 다윗은 그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어요. “내가 너무 흥분했구나, 이성을 잃었어, 하나님을 인식하지 못했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삶의 방향을 돌렸습니다. 회개했어요. 아비가일의 말을 인정하고 그녀의 충고대로 따랐습니다. 한 여인의 말을 듣고 삶을 바꾼 건 놀라운 일입니다. 성도의 삶을 맛있게 만드는 네 번째 재료는 회개입니다.
이 네 가지 재료는 예수님의 구속사에서 완성됩니다.
빌립보서 2장: “예수님은 하나님과 동등하시지만 십자가에 죽기까지 낮아지셨습니다.” 겸손이죠.
누가복음 22장: “십자가가 힘들다는 걸 아셨지만 하나님께 순종하셨습니다.” 용기입니다.
고린도전서 1장: “예수님은 하나님의 지혜라 하셨습니다.” 지혜예요.
마태복음 4장: “예수님은 ‘회개하라’며 복음을 시작하셨습니다.” 회개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인식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인식할 때 삶에 변화가 생깁니다. 그 변화는 우리의 삶을 점점 아름답고 맛있게 만들어줍니다. 나발처럼 교만하지 말고, 하인처럼 용기를 내고, 아비가일처럼 지혜를 구하며, 다윗처럼 회개하는 삶을 삽시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통해 우리의 삶이 맛있어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