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윗은 사울을 피해 도망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엔게디에 숨어들었죠. 그런데 사울이 다윗의 소식을 듣고 3,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쫓아왔습니다. 사울은 들염소 바위 근처까지 이르렀고, 갑작스레 배가 아파 한 동굴에 들어갔습니다. 놀랍게도 그 동굴엔 다윗과 그의 일행이 숨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울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죠.
동굴 안에서 다윗과 부하들은 잠든 사울을 보았습니다. 부하들은 다윗에게 속삭였습니다. “이건 하나님이 주신 기회입니다! 사울을 죽입시다!” 그러나 다윗은 조용히 사울의 겉옷 자락만 베었습니다. 곧이어 마음이 찔려 부하들을制止하며 말했습니다. “여호와의 기름부음 받은 자를 어찌 해할 수 있겠습니까?”
사울이 동굴을 나가자, 다윗은 뒤쫓아 나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내 주, 왕이여!”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제가 왕을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여호와께서 저와 왕 사이를 판단하실 것입니다.” 다윗은 자신의 결백함을 밝히며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이 말을 들은 사울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네가 나보다 의롭구나. 내가 너를 이렇게 괴롭혔는데, 너는 나를 선대했어.” 이어 사울은 다윗에게 놀라운 고백을 합니다. “나는 네가 왕이 될 것을 안다. 여호와의 이름으로 나와 맹세하자.” 상황이 순식간에 뒤바뀌었습니다. 다윗과 사울은 맹세를 나누고 각자의 길을 갔습니다.
이 본문을 보고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다윗에게 놀라운 은혜를 주셨구나” 또는 “다윗은 참 겸손하다.” 물론 이런 해석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울에 대한 다윗과 그의 일행의 반응 차이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사울 때문에 똑같은 고난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도망 다니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먹고 쉬는 것도 마음대로 못했죠. 그런데 사울을 죽일 기회가 왔을 때, 그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다윗의 일행은 사울을 “원수”라 불렀습니다. 그들에게 사울은 죽여야 할 대상이었죠. 반면 다윗은 사울을 “여호와의 기름부음 받은 자”, “내 주 왕”, “내 아버지”라 불렀습니다. 당연히 다윗은 사울을 죽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고난 속에서 왜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였을까요? 저는 세 가지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첫째, 하나님에 대한 인식
다윗은 도망자 생활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음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사울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죠. 그는 사울을 하나님께서 세우신 자로 보았습니다. 반면 일행은 하나님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사울은 단지 자신을 괴롭히는 적일 뿐이었죠. 고난 속에서 하나님을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는 사람만 보고 분노와 복수에 사로잡힙니다.
왜 우리가 하나님을 먼저 알아야 할까요?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은 우연이 아닙니다. 고난과 문제가 있어도,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을 인식할 때, 우리는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둘째, 나에 대한 인식
다윗은 자신을 도망자로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가드로 망명을 신청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자신이 하나님께 선택된 이스라엘의 왕임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을 알면, 나를 올바로 알게 됩니다. 나를 알면,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닫게 되죠.
예를 들어, 블레셋이 그일라를 공격했을 때, 다윗은 도망자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싸우러 갔습니다. 부하들은 반대했지만, 다윗은 “왕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도망자였지만 왕처럼 행동했습니다. 우리도 고난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미래에 대한 인식
다윗의 도망자 생활은 즐거운 캠핑이 아니었습니다. 시편을 보면 그의 고통과 눈물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삼상 24장 15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재판장이 되어 나와 왕 사이를 심판하시고, 나를 왕의 손에서 건지시기를 원합니다.” 다윗은 하나님이 미래를 선하게 인도하실 것을 믿었습니다.
예수님을 보세요. 그분은 하나님이시지만 사람의 몸을 입고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계획이었습니다(첫째). 예수님은 메시아로서 말씀을 가르치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며,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둘째). 히브리서 12장 2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셨고,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미래의 영광을 아셨습니다(셋째).
고난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하나님을 믿고, 오늘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미래를 기대합시다. 다윗처럼 칼을 내려놓는 삶을 선택합시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동굴에 있습니까? 칼을 들 것입니까, 내려놓을 것입니까?